01 최근 이슈
2026년 2월 28일 새벽, 중동의 하늘이 불길에 휩싸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 공습했다. 핵 개발 저지와 이란 내 반정부 세력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스라엘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 공격을 가했고, 미국이 이스라엘 편에 참전했다.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수뇌부가 거의 전멸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란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강제로 폐쇄하고, 걸프 국가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다. 전세계 석유·가스 선적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전쟁 발발 직전 배럴당 70달러 초반을 유지하던 국제 유가는 전쟁 직후 급등하기 시작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전쟁 시작 이후 36% 급등해 전국 평균 1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그리고 약 100일이 지난 6월 17일, 미국과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전쟁은 일단 멈췄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받은 충격은 이제 막 가시화되고 있다.

출처 : BBC
02 호르무즈 해협이란 무엇인가
호르무즈 해협을 모르면 이번 사태가 왜 이렇게 큰 문제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이 좁은 바닷길의 폭은 가장 좁은 곳이 불과 33km다. 그런데 이 해협을 통해 전세계 석유·천연가스 공급량의 약 20%가 이동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이란, UAE, 쿠웨이트, 카타르. 세계 주요 산유국 대부분이 이 해협을 통해서만 원유를 수출할 수 있다.

출처 : 머니투데이
하루 2,000만~2,100만 배럴의 원유가 이 해협을 지나간다.
이란이 여기를 막았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봉쇄 조치에 들어가고, 해협을 지나려던 선박들을 공격하고 기뢰를 부설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해운·보험 시장도 큰 충격을 받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의 목줄이다. 이란은 그 목줄을 쥐고 있었다.
03 100일간 세계 경제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
호르무즈 봉쇄의 여파는 단순히 유가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세계 원유 생산량이 약 10% 감소했다. IEA가 2026년 3월 보고한 실제 걸프 생산 차단 규모는 하루 10~11백만 배럴에 달했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LNG 수출 시설인 라스 라판이 피격을 입으며 LNG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유럽 난방과 아시아 발전에 쓰이는 천연가스 공급망도 동시에 흔들렸다.
해운 시장도 마비됐다. 유조선들이 호르무즈를 피해 아프리카 남단을 우회하기 시작했다. 운임은 폭등했고, 전쟁 위험 보험료가 치솟으면서 물류 비용이 전반적으로 뛰었다. 한국 선박 24척을 포함해 수백 척의 유조선과 상선이 해협에 발이 묶였다.
한국에도 직격탄이 날아왔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도 대부분 이 경로로 들어온다.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가동률을 낮추기 시작했고,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다.
중동에서 총성이 울리는 순간, 서울 주유소 가격표가 바뀐다는 것을 이번 사태가 다시 한번 증명했다.
04 종전 합의, 하지만 변수는 여전하다
6월 17일, 미국과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MOU)에 전자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이를 자국의 중대한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제되고, 미국도 이란 해상 역봉쇄를 풀기로 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국제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해운 보험료 상승 압력도 완화될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합의의 내용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영구히 막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합의문의 실제 내용은 IAEA 감독 하에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저농축화한다는 의무 규정이 전부다. 영구적 핵 포기가 아니라, 60일 안에 최종 핵 협정을 타결하겠다는 협상의 출발선에 불과하다.
이 60일이 문제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를 성사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20개월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협상을 두 달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3,000억 달러 규모의 배상 문제, 이란 탄도미사일 제한, 대이란 제재 해제 범위까지 모두 이 60일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
가장 큰 변수는 이스라엘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레바논 주둔 유지 방침을 재확인하며 독자 안보 노선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당국도 네타냐후가 미-이란 평화 합의를 저해할 수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에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에도 시간이 걸린다.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작업에만 최대 6개월이 걸릴 수 있고, 국내 원유·나프타 공급망 정상화까지는 최소 1~2개월에서 최대 6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60일 협상이 결렬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무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05 이번 사태가 바꾼 것들
이번 전쟁은 단기 총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구조적으로 바뀐 것들이 있다.
첫째, 에너지 안보 인식이 바뀌었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사태로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화석연료 공급망의 안정성과 합리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전 재가동, 재생에너지 가속화, 에너지 비축 확대 논의가 전세계적으로 빨라질 것이다.
둘째, 중동 질서가 재편됐다.
이란의 수뇌부가 붕괴되고 ‘저항의 축’으로 불리던 헤즈볼라·후티 등 대리세력의 구심점이 흔들렸다. 수십 년간 유지되던 중동의 세력 균형이 깨진 것이다. 이 공백을 누가 채울 것인지가 앞으로의 중동 지정학을 결정할 것이다.
셋째, 미국과 이스라엘의 균열이 표면화됐다.
트럼프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네타냐후의 독자 행보는 수십 년간 이어온 미-이스라엘 동맹의 결속에 균열을 냈다. 앞으로 중동 정책에서 미국의 역할과 이스라엘의 자율성을 둘러싼 갈등은 더 깊어질 수 있다.
06 한국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이번 사태는 한국에 두 가지 숙제를 남겼다.
하나는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산 LNG·도입을 늘리며, 호주·동남아 등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는 작업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다른 하나는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다. 한국 기업들의 중동 건설·플랜트 사업, 방산 수출, 에너지 투자는 모두 이 지역의 안정성에 묶여 있다. 중동이 흔들릴 때 한국 경제도 함께 흔들린다는 사실을 이번 100일이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LEV’s Insight
호르무즈 해협 봉쇄 100일은 에너지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지정학적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종전 MOU가 체결되었지만 60일 핵 협상, 3천억 달러 배상 문제, 이스라엘의 독자 행보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여전히 남아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안정과 공급망 회복이 관건이지만, 장기적으로 이번 사태는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동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기 전까지, 호르무즈는 여전히 세계 경제의 가장 위험한 목줄로 남아 있다.